국립부경대학교 | 박물관

조사·학술활동
산청 사월리 환호 유적

 이 유적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慶南 山淸郡 丹城面 沙月里) 배양(培養) 마을의 뒤편 구릉지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건설로 인해 소멸되었습니다.

 

 우리 대학교 박물관에서는 1996년에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따라 이 유적이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긴급구제 발굴조사를 실시하여 청동기시대의 집자리와 이를 둘러싼 환호(環濠), 그리고 이 시기의 대표적 무덤인 돌널무덤(石棺墓) 등을 발굴하고 많은 유물을 수습하였습니다.

 

 집자리의 평면 형태는 원형 혹은 장방형이며 주변에는 별도의 저장소를 갖고 있습니다. 집자리 내부에는 불을 피웠던 노지(爐址)와 벽체의 흔적으로 추정되는 주구(周溝) 시설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집자리들을 에워싼 환호는 일반적으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하여 완전히 한 바퀴 돌리는 모습을 띠지만, 이 유적의 환호는 마을의 일부에 걸쳐 절반 정도만 돌려 만들었으며 특히 마을의 동쪽으로는 이중으로 환호를 설치한 점이 특이합니다.

 

 유물은 집자리 혹은 저장소에서 기원전 4~3세기에 해당하는 민무늬토기를 비롯하여 붉은간토기(赤色磨硏土器), 가락바퀴(紡錘車), 어망추(漁網錘), 돌화살촉, 돌칼을 비롯한 각종의 석기류들이 출토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환호와 중복되어 조성된 일부 집자리에서는 기원을 전후한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남부 지방의 전형적인 구연부 단면 삼각형 덧띠토기(斷面三角形口緣粘土帶土器)가 출토되고 있어서 본 유적은 환호를 지닌 마을 유적이 폐기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존속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무덤의 구조는 길이 4.5m, 너비 2.2m의 장방형 묘광(墓壙)을 약 2m의 깊이로 파고 그 안에 길이 2m, 너비 70cm, 높이 70cm인 목관(木棺)을 안치하였습니다. 목관의 부식 방지와 습기 제거, 그리고 벽사신앙의 방편으로 목관 전체를 숯으로 둘러싸 보호하였습니다.

 

 관 속에는 피장자의 유골이 남아 있었으나 상태가 매우 불량하여 일부만을 수습 검토한 결과, 여성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피장자의 가슴 부위에서 청동거울 1점, 호리병형 장신구 및 구슬 각 1쌍, 양쪽 손가락 부위에서 청동반지 각 1점, 관의 테두리를 얽은 널못 29점 등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또한 묘광의 벽면을 파서 유물을 넣어 두는 감실(龕室)이 서쪽 벽면으로 나란히 2개소가 확인되었는데, 여기에서 백자접시, 백자합 등 백자류 14점과 청동수저 1벌, 가위 1점 등이 추가로 출토되었습니다.

 

 본 무덤은 현재까지 조사된 조선시대의 민묘(民墓) 중에서는 최대급의 규모로서, 도합 52점에 이르는 많은 유물이 출토되어 조선시대 중기의 묘제 구조와 문화의 연구, 복원에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